전체 글(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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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와 불호, 그 속에 정답은 없다
신문사의 특성상 항의전화를 종종 받는다. 대부분은 화가 나 있으며 자신의 생각을 강요한 뒤 꾸짖음으로 마무리 짓는다. (마무리 지어주면 그나마 다행이기도...) 대표전화로 걸려온 전화를 내용에 따라 관련 부서로 연결해 주는데 홈페이지, 온라인에서 봤다 이런 말이 나오면 무조건 모바일팀 당첨이다. 신문보다 폰이나 PC로 기사를 접하는 독자가 많아진 세상이니 당첨확률은 제법 높다. "선생님 말씀 감사하고요, 무슨 뜻인지 잘 알겠습니다" 예전 옆자리 후배에게 배운 멘트다. 솔직히 다짜고짜 화부터 내고 자기 말만 옳다고 쏘아대는 사람에게 정중하고 싶진 않지만 빨리 끊을 수 있는 확실한 방법 중 하나다. 며칠 전, 자리 전화가 울렸다. "따르릉 따르릉"은 내부 전화고 "따릉 따릉"은 외부 전화다. 짧은 울림에 순..
2020.06.08 -
다시, 사번 말고 학번
드라마 에는 '99즈' 5인방이 나온다. 그들에겐 대학시절 같은 밴드의 멤버였다는 공통의 추억이 있다. 이 드라마가 시청자들에게 잘 스며들었던 건 이들의 오래된 우정이 맛깔나게 그려졌기 때문일 것이다. 옛 친구, 이들과의 추억. 살다보니, 하루하루 살아가다보니 멀어져 있었다. 이 드라마를 보면서 '갈증'이 일었다. 내 청춘의 한 페이지 어딘가에 있었을, 그때 그 사람들은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어느 날, 오랜만에 학교 후배에게서 문자가 왔다. "언니~대응연 99선배들이 서울 있는 사람들 한번 모이자는데 같이 갈래요?" 실로 오랜만에 듣는 말이었다. 대응연이라니. 전국대학교응원단연합의 줄임말인데 지방대 중심의 친목단체였다. 서로의 학교 축제나 응원제 때 찬조 공연을 하고 1박2일로 거나하게 뒤풀이를 하던...
2020.05.31 -
맨얼굴에 졌다
'코로나'가 일상으로 들어온 지 석달이 넘었는데도 마스크를 깜빡할 때가 있다. 길거리선 그렇다치고 버스에 오를 때 그 민망함이란. 어제 코로나 관련 이슈는 크게 2가지였다. 개학을 앞두고 서울에서 유치원생이 확진 판정을 받은 것과 대중교통 이용 때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 한다는 것. 내가 편집할 면에는 두 번째 뉴스가 톱으로 올라왔다. 둘러치고 메쳐야 할 내용이 아니므로 제목달기 난이도로 치면 상중하 중에 '중' 정도에 속했다. 1. 지하철은 이미 시행 중이니 대중교통으로 뭉뚱그리는 거보단 버스와 택시로 구체화하고 2. 당장 시행이니 오늘부터(신문 날짜 기준)라는 말이 들어가면 좋을 듯 싶고 3. 탑승 때 마스크 안 쓰면 못 탄다는 내용을 4. 이런 결정이 내려진 배경과 함께 오늘부터라는 말을 넣으려면 글..
2020.05.26 -
'재난지원금'은 처음이라
내 마스크 구입 요일은 월요일이다. 고로 재난지원금 신청도 시행 첫날이었다. 1인 가구라 40만원이 나온다고 했다. 4인 가구가 100만원이니 혼자 받는 금액 치고 제법 큰돈이었다. 오래된 휴대폰을 바꿀까, 눈이 침침한데 안경을 맞출까. 망설이고 있던 소비에 결정타가 될 돈이었다. 전 국민 재난지원금이 결정됐을 즈음 고향 집에 갈 일이 있었다. “엄마는 어디에 쓸 거야?” “우리는 기부할 거야” “진짜? 왜?” “코로나로 생계가 어려워진 것도 아닌데 뭐하러. 필요한 곳에 쓰이게 기부할 거야” “...” 60만원은 부모님의 가계에도 큰돈이다. 남이 그렇게 한다면 대단하다고 했을 텐데 엄마가 기부를 한다니 마냥 멋져 보이지만은 않았다. ‘김치냉장고 바꾸는 데나 보태지’ 20년 된 김치냉장고가 자꾸 언다며 거..
2020.05.17 -
참 거시기한 '기대치'라는 놈
김은숙 작가의 새 드라마 '더킹'이 연일 뉴스에 오르내린다. 그만큼 화제성이 있다는 건데 내용들이 죄다 혹평이다. 일단 작가 이름만으로도 이 드라마는 방영 전부터 기대를 모았다. 김은숙이 누구인가. '파리의 연인' '시크릿가든' '신사의 품격' '상속자들'에 '태양의 후예' '도깨비' '미스터 션샤인'까지. 이 중에 안 본 드라마를 꼽는 게 어려울 정도다. 현빈, 송중기, 공유의 대사에 한번쯤은 설렜을 테고, 이병헌과 김태리의 대사에 한번쯤은 울었을 거다. 이쯤되니 그의 차기작에 기대가 가득할 수밖에. 그런데 이번엔 '상속자들'의 남주와 '도깨비'의 여주를 기용했다. 사람들의 뇌리 속에 아직 이민호는 김탄이고, 김고은은 지은탁인데, 둘이 연인으로? 조합이 조금은 의아했지만 궁금하기도 했다. 그래서 봤다...
2020.05.15 -
'열정'이 식어서는 아니고
"한동안, 아니 지금도 진행 중인 고민이 있다. 잘 뽑은 제목, 잘 그린 레이아웃을 독자가 알아봐줄까 하는 것이다. 쉽게 읽히고 잘 전달되는 제목이 좋은 제목이고, 눈을 거스르지 않는 지면구성이 좋은 레이아웃임은 너무도 잘 알고 있다. 편집은 '정리의 기술'로 승부해야 한다는 것도. 그럼에도 가끔 혼자 달아올라서 이에 역행하는 짓을 할 때가 있다. 아직 내공이 부족한 탓도 있겠지만 기사나 사진 어느 것 하나 내 것이 아닌 것을 가지고 내 것을 만들려고 하는 욕심이 앞서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편집기자로 30개월을 살았다. 어쩌면 '고작'인 시간. 그래서 누군가 알아봐주길 바라는 불순한 마음을 품고 일을 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내 생산물의 진짜 소비자가 쉽게 소비할 수 있도록 신문을 만들어야 하는데 그 ..
2020.05.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