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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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났던 기억은 떠날 것을 기약하게 한다
사람 맘이 뭔가를 못하게 되면 더 하고 싶어진다. 여행이 그렇다. 시간이 있을 땐 돈이 없고, 돈이 있을 땐 시간이 없다. 지금은, 둘 다 있다한들 코로나로 해외여행은 그저 꿈이다. 해외여행이란 걸 해 본 적이 없던 시절, "기내식 먹고 싶다"는 선배들의 말을 이해하지 못했다. '그게 얼마나 맛있길래' 정도로 해석했던 거 같다. 훗날 눈앞에 기내식이 펼쳐졌을 때 난 실망을 금치 못했다. 구름 위에서 여행의 설렘을 맛보고 싶다는 이야기였음을 그렇게 깨쳤다. 혼자서 열시간 가까이 비행기를 타 본 건 뉴욕행이 처음이었다. 영어에 능통하지 못한 내가 그곳을 택한 건 그저 '오기'였을까. (이년 뒤 역시 '영알못'인 채로 런던행에 몸을 실었으니 오기가 맞지 싶다.) 입국 심사가 입사 면접보다 떨릴 줄이야. 뭐하러..
2020.07.27 -
'그 후'
어릴 적 우리 집엔 항상 신문이 있었다. 집집마다 신문을 많이 보던 시대이기도 했고, 아버지 친구분이 신문 지국 일을 하셔서 끊을래야 끊을 수 없는 사연이 있기도 했다. 그분이 다루는 신문이 바뀔 때마다 집에 배달되는 신문의 제호도 바뀌었다. 경향신문이 오래 배달되다가 한국일보로 바뀌었고 어느 순간 동아일보가 문 앞에 놓여 있었다. 중앙일보와 조선일보를 보던 때도 있었던 듯 싶다. (고시원을 하셨던 원주 할머니집에 가면 서울신문이 있었다. 각종 시험 공고문은 고이 찢겨 벽에 붙어있고.) 아니라 하시지만 당시 엄마 아버지는 신문의 색깔에 따라 당신들의 정치색을 바꾸셨던 것 같다. 평범한 필부필부인 두 분은 언론이 하는 말을 그만큼 신뢰하셨던 것일 테고. 지금은 색이 너무 뚜렷하셔서 뜻에 반하는 말을 했다간..
2020.07.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