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한국', 이 제목이 최선입니까

2020. 12. 22. 00:00카테고리 없음

선후배와 점심을 먹고 테이크 아웃 커피를 기다리던 중이었다. 

"허쉬, 재밌을 거 같지 않냐?"

"그게 뭔데요?"

"신문사 배경으로 하는 드라마, 황정민이랑 윤아 나오고"

그렇게 JTBC '허쉬'를 보게 됐다.

 

'매일한국'은 전통있는 종합일간지다. 그곳에 여주(윤아) 포함 인턴 4명이 입사한다. 사회부 등 각 부의 교육을 마쳤고 마지막은 남주(황정민)가 있는 디지털뉴스부다.  

 

드라마는 드라마로 봐야하는데, 자꾸 눈에 밟히는 장면들이 있다.

화면에 등장하는 온오프 기사는 사건의 매개가 되는 중요한 소품이다. 독자는 기사를 읽기 전에 제목을 본다. 시청자에겐 더더욱 기사를 읽을 시간이 주어지지 않는다. 

 

# 'NO Gain, No Pain'

인턴 마지막 날. 수연은 디지털뉴스부 모 선배에게 급한 일이 생겨 그의 아이디로 야근을 맡게 된다. 이를 안 교육담당 황정민은 전화로 불같이 화를 내고 수연은 그에게 의미심장한 말을 남긴다.

"마지막은 제가 끝낼 수 있게 해 주세요"

그날은 '지방대 출신은 들일 수 없다'는 편집국장의 뜻을 알게 된 날이었다. 

십여년 전 나 역시 마지막 문턱에서 번번이 좌절했었기에 눈물이 핑 돌았다. 

 

그러나 감정이입은 여기까지. 

[긴급기사]에서 확 깼다. 속도에 방점을 둔, 실시간 보도 기사는 제목 앞에 [속보]를 붙인다. [긴급]을 쓰는 언론사가 있을 수 있겠으나 [긴급기사]는 현실적이지 않은 머리 표기다. 

 

황정민의 교육이 부족했던 탓일까. 긴급기산데 제목을 영어로 달았다. 긴급기사 꼭지를 붙이고 제목을 영어로 단다는 건, 독자 우롱이다. 긴급기사를 뺀다고해도 이 제목은 빵점이다. 

온라인에서 기사가 선택되는 과정을 생각해 보자. 대개의 경우 제목을 보고 클릭을 한다. 말 그대로 한 줄 싸움이다. 

'No Gain, No Pain' 이 제목이 포털 뉴스 목록에 떠있다면 들어가 보고 싶을까. 궁금증을 유발하려면 어떤 내용인지 어느정도 힌트는 줘야 한다. 

 

'인턴, 인턴, 인턴... 꿈은, 이루어지지 않는다'

이런 제목이었다면 수연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더 많은 사람들이 읽었을 것이다.  

 

# 별세.

여기선 무엇이 잘못됐을까. 일단 인턴기자라는 직함이 있는데 씨를 붙인 게 사족이다. 

'매일한국 오수연 인턴기자 별세'라고 해야 깔끔하다. 그리고 별세 끝에 붙어 있는 마침표. 화룡점정도 아니고...

'...다' 이렇게 술어로 끝나는 제목이라 해도 제목에는 마침표를 찍지 않는다. 

인터넷에서 본 적이 있다고? 그럼 그 언론사의 명백한 '실수'다. 

 

# [단독]

[속보] [단독]은 온라인에서 통용되는 표기다. 신문 지면에는 단독을 붙이지 않는다.

소제목과 기사 본문에 '단독 입수' '단독 인터뷰' 정도는 넣을 수 있지만 메인 제목에서 단독이라고 힘주어 강조하는 일은 없다는 얘기다. 

그리고 제목이 너~~~무 길다. 가로 5단짜기 지면에서 4단 두 줄 제목이라. 것도 한 줄 전체가 주어다. 

뇌물 의혹이 처음으로 드러난 게 단독인지, 의혹에 대한 이PD의 반응이 단독인지가 일단 모호하다. 

전자라면

MBS 이용민 전 노조위원장 뇌물 받았나

후자라면 후속보도인 셈이니

'뇌물 의혹' MBS 이용민 "돈 받은 적 없다"

이런 식으로 반응에 관한 멘트를 제목으로 올려야 한다. 

 

 

# 단독!

이번엔 다른 신문사다. 여기는 단독 뒤에 느낌표까지. 점입가경이다. 

접혀서 가려진 부분을 추론해 보면 원제는 이렇다. 

 

단독! <매일한국>이 특종 보도한 

개인청탁명단 가짜로 드러나 

 

타사의 특종이 틀렸다는 걸 대문짝만하게 강조한 정말 상도덕이 없는 제목이다. 

기본도 틀렸다. 청탁의 주체가 없다. 누가 보도했다는 게 중요한 게 아니고 어떤 내용이었냐가 더 중요한데 매일한국이 정말 싫었나보다. 

 

'홍길동 의원 청탁명단' 가짜로 드러나

이 정도로 하고 정 넣고 싶으면 소제에 '매일한국이 단독 보도한~~'  이렇게 풀면 소기의 목적은 달성할 수 있었을 것이다.  

 

 

의학드라마만큼은 아니어도 주요 소품인 신문의 리얼리티를 조금만 더 살렸으면 어땠을까 하는 편집쟁이의 아쉬움에 딴죽 아닌 딴죽을 ^^;

드라마는 드라마로 보는 걸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