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기로운 병실 생활 (1) - 난 '보호자'다
소녀 하니는 엄마가 보고프면 달리고 또 달렸다. 청개구리 왕눈이는 비오는 날 모친의 유언대로 개울에 엄마를 묻었다. 둘리도 엄마와 생이별을 했고, '엄마 없는 하늘 아래'와 '엄마 찾아 삼만리'는 또 어떤가. 왜 그 시절엔 하나같이 눈물 쏙 빼는 이야기들로 엄마의 소중함을 일깨워주려 했을까. 왕눈이가 엄마를 묻는 그 심정은 어른이 된 내가 상상해도 가슴이 미어지는데 말이다. 말을 잘 안 들은 대가치곤 너무나 큰 형벌이 아닌가. 엄마를 잃을 수도 있다는 공포, 그건 어른이 된다고 달라지는 게 아니었다. 이래저래 안 아프고 사신 건 아니지만 엄마는 입원한 적이 없었다. 이번에도 그럴 줄 알았다. 괜찮겠지. 소화가 안 된다는 말을 흘려들었는데 결국 십이지장이 막혔단다. "암일 확률이 높습니다. 그리고 암이 아..
2020.09.20